작가의 詩 288

봄을 찾아서 深春

終日尋春見春 하루 종일 봄을 찾았으나 찾지 못한 채 종일심춘견춘 杖藜踏破幾重雲 지팡이 짚고 몇 겹 구름까지 갔었던가 장려 파기 중운 歸來試把梅梢看 집에 돌아와 매화가지 슬쩍 바라보니 귀래리파매초간 春在枝頭已十分 봄은 가지 끝에 이미 흥건하더라 시사점 같은 석 달이라 하더라도 사계절 중 겨울은 유난히 길게 느껴진다. 춥고 삭막해서 겨울은 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겨우 내 내 봄이 오기만을 학수고대한다. 그러나 기다림은 기다림일 뿐이다. 사람의 몫은 기다리는 것일 뿐 봄의 결국 시간의 몫이다. 성미가 급해서 봄을 찾아 나선들 봄을 찾을 수 는없다. 봄은 때가 되면 알아서 온다.

작가의 詩 2019.04.15

내 사랑의 불꽃

내 너를 사랑하였네라. 그리고 사랑하노라 지금 이 순간도 이 세상이 무너져 내린다 해도 무너져 조각조각 깨어진 그 조각에서도 정녕코 타 오르리라. 내 사랑의 불꽃은 -H. 하이네 이 지구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무너져 조각조각 깨어진 그 조각에서도 정년 코 타오르는 사라의 불꽃. 그 사랑의 불꽃이 바로 나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당신도... 시인이 추천하는 명시 100선

작가의 詩 2019.04.14

가을 소나기

장독대 단디 덮었나 빨래 피떡 걷어라 마당에 고추도 걷어라 엄마의 입도 발도 정신없이 분답다 비설거지 끝내자마자 장대비가 쏟아진다. 엄마야 비 올 줄 어째 알고 미리 다 치우라고 했는 공 삶의 당연한 절차들 엄마는 모르는 거없다 하니 비설거지 할 거 없는 아파트 저승에서 울 엄마 필시 빙그레 웃으실 게다. 허공의 곱지 않은 소리들 설거지하고 싶어 우리 살아가는 일의 한 모서리니라 그냥 참으라고 하실 참인가 소명 최영옥

작가의 詩 2019.04.13

산 너머 저쪽

산 너머 저쪽 하늘 멀리 행복이 있다고 말들 하기에 아. 남을 따라 행복을 찾아갔다가 눈물만 머금고 돌아왔습니다. 산 너머 저쪽 하늘 저 멀리 행복이 있다고 말들 하기에 -k. 부세 행복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자신 가까이에 있습니다. 멀리서 찾으려고 헤매다 보면 세월은 저만치 사라지고 맙니다. 헛된 무지개는 당신을 쓸쓸하게 만들 것입니다. 시인이 추천 하는 명시 100선 에서

작가의 詩 2019.04.12

사랑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사랑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그대가 얼마나 나를 사랑했었는지 나는 알고 있습니다. 사랑의 진실은 사랑하는 사람의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지요 진실한 사랑은 거짓으로 꾸며낼 수 없는 순수의 눈빛을 지녔으므로 당신의 사랑으로부터 그가 과연 나를 진심으로 사랑하는지를 알려거든 그의 눈빛을 바라본 십시오 눈은 거짓을 말하지 않습니다. -N 레베카 시인이 추천하는 명시 100선

작가의 詩 2019.04.09

思母曲

참깨 한 되 메주콩 한 말머리에 이고 읍내 오일장 다녀오신 엄마는 싸구려 꽃무늬 원피스 나에게 입혀 놓고 이쁘다 우리 딸 함박웃음 지으셨다. 코 묻은 내 두 팔에 실타래 걸쳐놓으시면 잰 엄마 손길 보랴 배 불러가는 실패 보랴 어린 나도 덩달아 바빴다. 머리 쭈뼛한 겨울밤 손전등 밝히고 엄마 앞세운 변소 길 엄마 거기 있지 오냐 그래 엉덩이 시린 줄 몰랐다. 달 빛 환한 여름밤 개울가 엄마의 하얀 엉덩이는 참 은근하기도 하였다. 땀띠 돋은 엄마 등 미는 척 젖가슴 슬쩍 만질 때면 간지럽다 고만해라 실랑이가 즐거웠다. 머릿수건 그늘 삼아 밭고랑에 묻혀 산 한평생 술 취한 아버지 당신 고운 얼굴에 푸른 멍 만들어도 엎질러진 밥상 챙겨 다시 내 오던 엄마는 주름 깊은 가슴 가득 병 안고 누우시더니 너희 아버지만..

작가의 詩 2019.0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