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詩

시래깃국

소포(우종성) 2021. 1. 23. 05:02

베란다 한쪽에 

새끼줄로 엮어놓은 시래기 한 줄 

빨래 걷다가 스칠 때마다 

마른 살점들이 맥없이 부스러지네 

 

재 몸의 뼈와 살을 

겨울 햇살에 순순이 내어주고 

어머! 이것 좀 봐 푸른 핏방울 봐 

 

푸르던 잎사귀 시절 

겨울 햇살 아래서 도리 없이 

까슬까슬한 몸 내어주네 

 

누런 살 냄새가 나면 어떤가

뚝배기에서 보듬고 살라며 

보글보글 들려주시는 당신의 목소리 

저녁 밥상이 환해지네

 

소리 계단 이현실 제2시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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