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詩

소포(우종성) 2020. 9. 25. 05:53

안도현 

내게 땅 이 있다면 

거기에 나팔꽃을 심으리 

때가 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보랏빛 나팔소리가 

내 귀를 즐겁게 하리 

하늘 속으로 덩굴이 애쓰며 손을 내미는 것도 

날마다 눈물 젖은 눈으로 바라보리 

내게 땅이 있다면 

내 아들에게는 한 평도 물려주지 않으리 

다만 나팔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동그랗게 맺힌 꽃씨를 모아 

아직 터지지 않은 세계를 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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