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詩 288

원 유순 <동화작가 >

어느새 불혹을 넘어 지천명의 나이가 된 지금 의 나는 스치는 바람에도 또르르 구르는 낙엽에도 마음이 흔들리고 천명은커녕 당장 내일 일도 알지 못해 허둥댄다. 그만큼 수양이 덜 된 탓이리라 그 옛날 어린 시절 생각 없이 들어다 보다 깜짝 놀랐던 그 풀꽃들. 하얀 냉이꽃 노란 꽃다지. 무엇보다 밤하늘에 별을 닮은 하얀 별꽃이 지천으로 널려 각기 다른 목소리로 널려 각기다른 목소리로 내게 속삭이고 있었다. 왜 내가 여태 이것들을 잊고 살았을까? 수많은 봄을 보내면서 왜 한 번도 이들을 떠 올리지 못했던가?

작가의 詩 2014.11.06

그믐달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너무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 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 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 (毒婦)가 아니면 철 모르는 처녀 같은 달 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 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생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한등(客窓寒燈)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들어 하는 분이나 못..

작가의 詩 2014.09.12

국화의 아름다움

국화의 아름 다움 곱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싸늘 하지 않는 국화는 여러 꽃 가운데 유달리 뛰어난 네 가지 아름 다움을 갖고 있다. 늦게 피는 것이 하나이고 오래도록 견뎌내는 것이 둘 이고 향기로운 것이 셋이고 곱지만 화려하지 않고 깨끗하지만 싸늘하지 않는 것이 넷이다. 세상에서 국화를 사랑해 이름을 얻고 . 또 국화의 취향을 안다고 자부하는 사람 역시 이네 가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조선 지식인의 아름다운 문장에서 )

작가의 詩 2013.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