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달
나는 그믐달을 몹시 사랑한다. 그믐달은 너무 요염하여 감히 손을 댈 수도 없고 말을 붙일 수도 없이 깜찍하게 예쁜 계집 같은 달 인 동시에 가슴이 저리고 쓰리도록 가련한 달 이다. 서산 위에 잠깐 나타났다 숨어 버리는 초생달은 세상을 후려 삼키려는 독부 (毒婦)가 아니면 철 모르는 처녀 같은 달 이지마는 그믐달은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고 나중에는 그무슨 원한을 품고서 애처롭게 쓰러지는 원부와 같이 애절하고 애절한 맛이 있다. 보름의 둥근 달은 모든 영화와 끝없는 숭배를 받는 여왕 같은 달이지마는 그믐 달은 애인을 잃고 쫓겨남을 당한 공주와 같은 달이다. 초생달이나 보름달은 보는 이가 많지마는 그믐달은 보는 이가 적어그만큼 외로운 달이다. 객창한등(客窓寒燈)에 정든 임 그리워 잠 못들어 하는 분이나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