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詩

어느 묘비에 적힌 시

소포(우종성) 2022. 10. 2. 04:57

살아있는 인간이여.

그대는 자신의 운명을 슬퍼하면서 

자신이 얻지 못한 것. 

돈과 아름다음과  사랑 따위를 갈망하며 

그대를 뒤덮은 거친 하늘을 보면서 사느니 

차라리 썩어버린 주검이 되는 게 

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축복받지 못한 비참한 영혼 중에서 

그대 자신이 가장 비참하다 여겨

죽어서 편히 쉬기를 갈망한다.

 

하지만 이것을 알라.

그 운명이 아무리 

내 상태를 부러워할 만큼

암울한 것이라 하더라도 

 

여기 기꺼이 자신의 운명을 벗어던지고 

그대의 운명을 짊어질 사람이 누워 있으니.

그대의 외투를 내게 주고.

그대는 내 것을 입으라.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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