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詩

사모곡(思母曲)

소포(우종성) 2020. 4. 17. 09:40

참깨 한 되 메주콩 한 말머리에 이고

읍내 오일장 다녀오신 엄마는

싸구려 꽃무늬 원피스 나에게 입혀 놓고

이쁘다 우리 딸 함박웃음 지으셨다.

 

코 묻은 내 두 팔에 실타래 걸쳐놓으시면

잰 엄마 손길 보랴 배 불러가는 실패 보랴

어린 나도 덩달아 바빴다.

머리 쭈뼛한 겨울밤

손전등 밝히고 엄마 앞세운 변소 길

 

엄마 거기 있지 오냐 그래 엉덩이 시린 줄 몰랐다.

달 빛 환한 여름밤 개울가

엄마의 하얀 엉덩이는 참 은근하기도 하였다.

땀띠 돋은 엄마 등 미는 척 젖가슴 슬쩍 만질 때면

간지럽다 고만해라 실랑이가 즐거웠다.

 

머릿수건 그늘 삼아 밭고랑에 묻혀 산 한평생

술 취한 아버지 당신 고운 얼굴에 푸른 멍 만들어도

엎질러진 밥상 챙겨 다시 내 오던 엄마는

주름 깊은 가슴 가득 병 안고 누우시더니

너 거 아 부지 만 한 사람 없다.

그 자리도 호사인 양 바삐 가신 우리 엄마

 

장미를 기다리다 제1집 1 사람아 사람아 제2집 바람의 이름

 

제3집 3집.

나는 제3집 3을 받아 보았다.

 

최영옥 제3시집에서

 

소명님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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