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깨 한 되 메주콩 한 말머리에 이고
읍내 오일장 다녀오신 엄마는
싸구려 꽃무늬 원피스 나에게 입혀 놓고
이쁘다 우리 딸 함박웃음 지으셨다.
코 묻은 내 두 팔에 실타래 걸쳐놓으시면
잰 엄마 손길 보랴 배 불러가는 실패 보랴
어린 나도 덩달아 바빴다.
머리 쭈뼛한 겨울밤
손전등 밝히고 엄마 앞세운 변소 길
엄마 거기 있지 오냐 그래 엉덩이 시린 줄 몰랐다.
달 빛 환한 여름밤 개울가
엄마의 하얀 엉덩이는 참 은근하기도 하였다.
땀띠 돋은 엄마 등 미는 척 젖가슴 슬쩍 만질 때면
간지럽다 고만해라 실랑이가 즐거웠다.
머릿수건 그늘 삼아 밭고랑에 묻혀 산 한평생
술 취한 아버지 당신 고운 얼굴에 푸른 멍 만들어도
엎질러진 밥상 챙겨 다시 내 오던 엄마는
주름 깊은 가슴 가득 병 안고 누우시더니
너 거 아 부지 만 한 사람 없다.
그 자리도 호사인 양 바삐 가신 우리 엄마
장미를 기다리다 제1집 1 사람아 사람아 제2집 바람의 이름
제3집 3집.
나는 제3집 3을 받아 보았다.
최영옥 제3시집에서
소명님의 명복을 빕니다.
'작가의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찬비 (0) | 2020.06.01 |
---|---|
모든 길을 갈 수 는 없다 (0) | 2020.05.25 |
N 레베카 (0) | 2020.04.15 |
달팽이 (0) | 2019.11.20 |
사랑했다고 말하지 않아도 (0) | 2019.09.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