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詩

도마뱀의 사랑

소포(우종성) 2021. 3. 31. 04:35

도마뱀의 사랑       이범선

 

 

   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라고 한다.
   어떤 사람이 집의 벽을 수리하기 위해서 뜯었다.

일본 집의 벽이라는 것은 그들의 말로 소위 ‘오가베’라 하여

가운데에 나무로 얼기설기 대고 그리고 그 양쪽에서 흙을 발라 만드는 것으로서

속이 비어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벽을 뜯다 보니까 벽 속에 한 마리의 도마뱀이 갇혀 있더라는 것이다.

그 도마뱀은 그저 보통 갇힌 것이 아니라 어쩌다가 벽 밖에서 안으로 박은 긴 못에

꼬리가 물려 꼼짝도 못 하게 갇혀 있더라는 것이다.
   집주인은 그 도마뱀이 가엾기도 하려니와 약간 호기심이 생겨 그 못을 조사해 봤다.

집주인은 놀랐다. 그 도마 뱅의 꼬리를 찍어 물고 있는 못이 바로 십 년 전 그 집을 지을 때

벽을 만들며 박은 못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그 도마뱀은 벽 속에 갇힌 채 꼼짝도 못 하고 십 년을 살아온 셈이 된다.

캄캄한 벽 속에서 십 년간!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캄캄한 벽 속에서 십 년간이란 긴 세월을 살았다는 것도 놀랍다.

그런데 그렇게 꼬리가 못에 박혔으니 한 걸음도 움직일 수 없는 그 도마뱀이 도대체 십 년간이나

그 벽 속에서 무엇을 먹고 산 것일까? 굶어서? 그럴 수는 없다.
   집주인은 벽 수리 공사를 일단 중지했다.


   “이놈이 도대체 어떻게 무엇을 잡아먹는가?’하고,
   그런데 어떤가. 얼마 있더니 어디서 딴 도마뱀 한 마리가

먹이를 물고 살금살금 기어 오는 것이 아닌가.
   집 주인은 정말로 놀랐다.


   사랑! 그 지극한 사랑! 그 끈질긴 사랑! 그 눈물겨운 사랑!

그러니까 벽 속에 꼬리가 못에 찍혀 갇혀버린 도마뱀을 위하여

또 한 마리의 도마뱀은 십 년이란 긴 세월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한결같이 먹이를 물어 나른 것이다.
   그 먹이를 물어다 준 도마뱀이 어미인지, 아비인지,

그렇지 않으면 부부간 혹은 형제간인지, 그것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그것을 반드시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나는 그 말을 듣고 그 숭고한 사랑의 힘에 뭉클했다.

 

 

 

이범선  -------------------------------------------

   이범선(1920~1982) 소설가, 평남 안주 출생. 《현대문학》에 단편〈암표 暗標〉, 〈일요일〉 발표로 문단에 나옴. 소설집 《학마을 사람들》, 《오발탄》 외.

 

출처 : 신아출판사

글쓴이 : Shina wow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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