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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개구리 / 한하운( 동시 100선)

소포(우종성) 2015. 11. 25. 16:43

 

▲ 일러스트 양혜원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1949)

 

 


한하운(1919~1975)은 함경남도 함주 태생으로 본명은 태영(泰永)이다.

한때 경기도청의 공무원이었는데, 한센병을 얻어 고향으로 돌아가 요양하다가 1948년에 남쪽으로

내려 왔다. 1949년에 첫 시집 《한하운시초》(1949·정음사)를 냈다.

 

 

"천안 삼거리를 지나도/

쑤세미 같은 해는 서산에 남는데./

가도가도 붉은 황톳길/

숨막히는 더위 속으로 쩔름거리며/

가는 길…/

(…) /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가도 천리 먼 전라도길."

(〈전라도길〉)

 

 

 '문둥병'이라는 천형의 병고를 지고 걷는 인생길은 팍팍해서 가도가도 끝이 보이지 않는

숨 막힌 길이었겠다.

그 숨 막히는 길에 개구리 울음 소리는 천둥 치는 듯하다.

그 굉음(轟音)이 시방세계를 떠밀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산 것들은 왜 태어나는가.

산 것들은 왜 저리도 울어대는가.

저 무논에서 울려 퍼지는 제창(齊唱)을 그레고리오 성가라면 하면 안 되나.

호모 사피엔스는 저 양서류의 떼울음 소리를 어린 것이 한글 자음과 모음을 외는 소리로 들었다.

묵독(默讀)이 아니다. 어린 것들은 낭랑한 목청으로 음독(音讀)한다.

호모 사피엔스여, 너의 유아독존과 이성(理性)을 자랑하지 마라.

봄밤은 온통 법당이고, 저 미물의 소리가 바로 게송(偈頌)이다.

소록도는 먼데, 개구리 울음 소리는 세상에 그득하다.

지구가 자전(自轉)하는 이 밤에도 저 어린 것들의 학습 진도는 거침이 없구나.

가갸 거겨에서 시작해서 벌써 라랴 러려까지 나갔구나.

개구리 울음 소리를 듣는 자는 필경 집 밖에 있는 자다.

집 나와 길 가는 자는 승려나 걸인이나 '문둥이'거나 모두 출가자(出家者)다.

밤하늘을 지붕 삼고, 산발한 채 노래하며 길을 걷는 것은 한산(寒山)만이 아니다.

시인 한하운도 개구리 우는 봄밤을 하염없이 걸어 남행한다.

천안 논산 익산 정읍 지나 구례쯤 왔을까. 걸어온 길 아득한데, 저 달빛 아래 뻗은 황톳길은 더 아득하다.

 버드나무 밑에서 숨을 고르며 신발을 벗는데, 발가락이 또 한 개 사라졌다.

이렇듯 산다는 것은 제가 가진 것들을 하나씩 잃는다는 것이다.

더 잃을 게 없을 때 우리는 이 육체라는 무거운 짐마저 벗어두고 세상을 뜬다.

그게 해탈(解脫)이고, 우화등선(羽化登仙)이다.

 

 

 

[애송 동시 - 제 19 편] 개구리

한 하 운
소록도 가는 길… 개구리 讀經 소리 가득하구나

장석주·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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偈頌(게송)부처의 공덕을 찬미하는 노래. 외기 쉽도록 게구로 지었음

 

羽化登仙(우화등선)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뜻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기분()이 좋음

고사유래

우화()라는 말의 원뜻은 번데기가 날개 있는 벌레로 바뀐다는 뜻이다.

따라서 우화등선이란 땅에 발을 붙이고 살게 되어 있는 사람이 날개가 돋친 듯 날아 올라가 신선이 된다

는 뜻. 일종의 이상 동경이라 할 수 있다.

 

이 말은 소동파의 전적벽부()에 나온다.

「임술년(1082) 가을 7월 16일에, 동파가 손님과 더불어 배를 띄우고 적벽의 아래에서 놀 때에 청풍은

천천히 불고 물결은 일지 않았다. 술을 들어 손에게 권하며 『시경()』의 명월편을 암송하고

요조의 장을 노래 불렀다. 이윽고 달이 동산 위에 나와 남두성과 견우성 사이에서 배회하더라.

흰 이슬은 강을 가로지르고 물빛은 하늘에 닿은지라, 쪽배가 가는 대로 맡겨 아득히 넓은 강을 지나가니, 넓고 넓도다. 허공을 타고 바람을 몰아 가서 그 그치는 곳을 모르겠고, 너울너울 날아오르도다. 속세를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올라가는 것 같구나.

이때에 술을 마셔 즐거움이 더하니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하였다.

 

 

 

 

 

赤壁賦

 

壬戌之秋 七月旣望 蘇子與客 泛舟遊於赤壁之下. 淸風徐來 水波不興.
임술지추 칠월기망 소자여객 범주유어적벽지하. 청풍서래 수파불흥.
旣望 음력()으로 16일, 이미 망월(:15일)이 지났다는 뜻에서 16일 :소동파()의 적벽부()에 말하되 "임술년의 가을 7월 16일에 소동파가 객()과 더불어 배를 적벽강에 띄우고 놀 때,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오고 물결의 파도는 일어나지 않고 잔잔하니라." 泛舟범주(汎舟). 배를 물에 띄움.
 徐來 천천히 옴. 水波 ①물결 ②수파련 .水波不興 물결이 일지 않음
 
임술(壬戌) 가을 7월 기망(기望)에 소자(蘇子)가 손[客]과 배를 띄워 적벽(赤壁) 아래서 노니,
맑은 바람은 천천히 불어 오고 물결은 일지 않네.
 
 
 
 
擧酒屬客 誦明月之詩 歌窈窕之章. 少焉, 月出於東山之上 徘徊於斗牛之間.
 거주촉객 송명월지시 가요조지장. 소언, 월출어동산지상 배회어두우지간.
屬 붙일 속.㉠붙이다 붙다 글을 엮다 무리 부탁하다 (촉) 誦욀 송.㉠외다 헐뜯다 말하다
읊다 읽다 窈窕(요조)부녀의 행동(行動)이 얌전하고 정숙(貞淑)함 窈고요할 요.窕 으늑할 조.
斗牛 ①이십팔수 가운데의 두성()과 우성(). 북두성과 견우성 徘徊 목적(目的) 없이 거닒
 
술을 들어 손에게 권하며 명월(明月)의 시를 외고 요조(窈窕)의 장(章)을 노래하니,
조금있으니 달이 동쪽 산 위에 떠올라 북두성(北斗星)과 견우성(牽牛星) 사이를 서성이네. 
 
 
 
 
白露橫江 水光接天
백로횡강 수광접천
 
흰 이슬은 강에 비끼고, 물빛은 하늘에 이었네. 
 
 
 
縱一葦之所如 凌萬頃之茫然. 浩浩乎 如憑虛御風 而不知其所止
종일위지소여 능만경지망연. 호호호 여빙허어풍 이부지기소지.
葦 갈대 위.㉠갈대 거룻배(돛이 없는 작은 배) 縱 ㉠세로 발자취 늘어지다 놓아주다 놓다 부추기다 권하다 방종하다 비록. 萬頃 지면이나 수면이 아주 너름을 일컫는 말 .
茫然아득함, 아무 생각 없이 멍함.  능가할 능.㉠능가하다 업신여기다(陵) 심하다 범하다
얼음 얼음 곳간 떨다 건너다 .浩浩 호수(湖水), 강 따위가 가없이 드넓음.
憑비길 빙.㉠비기다 의지하다 의거하다 기대다 건너다 크다 붙다 증거
虛 ㉠비다 헛되다 약하다 구멍 공허 하늘 별 이름.
御거느릴 어.㉠거느리다 어거하다 짐승을 길들이다 막다 드리다 마부     
 
한 잎의 갈대 같은 배가 가는 대로 맡겨, 일만 이랑의 아득한 물결을 헤치니, 넓고도 넓구나,
허공에 의지하여 바람을 탄듯하여 그칠 데를 알 수 없고,
 
 
 
飄飄乎 如遺世獨立 羽化而登仙 於是 飮酒樂甚 扣舷而歌之
표표호 여유세독립 우화이등선 어시 음주락심 구현이가지
飄 나불낄 표.
羽化 ①곤충(昆蟲)의 번데기가 변태(變態)하여 성충이 되는 일 ②날개가 생겨 하늘을 날음

遺世 ①세상()을 버림 ②세상일(-)은 잊음.

羽化登仙 날개가 돋아 신선()이 되어 하늘에

오른다는 뜻으로, 술이 거나하게 취하여 기분()이 좋음  

扣舷 뱃전을 두드림, 또는 그 소리.扣두드릴 구. 舷 뱃전 현. 
훨훨 나부껴 인간 세상을 버리고 홀로 서서, 날개가 돋치어 신선(神仙)으로 돼 오르는 것 같더라.
이에 술을 마시고 흥취가 도도해 뱃전을 두드리며 노래를 하니,
 
 
 
歌曰:桂棹兮蘭?  擊空明兮泝流光  渺渺兮予懷 望美人兮天一方.
가왈:계도혜난장 격공명혜소류광 묘묘혜여회 망미인혜천일방
桂계수나무 계.棹 노 도.擊 칠 격.㉠치다 부딪치다 공격하다 마주치다 보다 죽이다.
거슬러 올라갈 소.향하다.맞이하다. 渺아득할 묘.㉠아득하다 작다 멀다 어렴풋하다 물이 끝없이 이어진 모양 ㉠품다 생각하다 따르다 편안하다 싸다 위로하다 달래다 품(가슴) 마음(생각)
 
노래에 이르기를 "계수나무 노와 목란(木蘭) 삿대로 물에 비친 달을 쳐서 흐르는 달빛을 거슬러 오르네. 아득한 내 생각이여, 미인(美人)을 하늘 한 쪽에서 바라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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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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