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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소포(우종성) 2012. 3. 21. 07:55

나무

너 느릅나무

지금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섯느냐

아름 드리로 자라

희 멀건 하늘 떠 받고 있느냐

815때 소련 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맘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 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 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다오

죽기전에 못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 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느릅나무에게

 

나는 시인이다에서

김 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