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너 느릅나무
지금도 나와 작별한 나무
지금도 우물가 그 자리에 서서
늘어진 머리채 흔들고 섯느냐
아름 드리로 자라
희 멀건 하늘 떠 받고 있느냐
815때 소련 병정 녀석이 따발총 안은채
네 그늘 밑에 누워
낮잠 달게 자던 나무
우리집 가족사와 고향 소식을
너맘큼 잘 알고 있는 존재는
이제 아무 데도 없다.
그래 맞아
너의 기억력은 백과 사전이지
어린 시절 동무들은 어찌 되었나. 산 목숨 보다 죽은 목숨 더 많을
세찬 세월 이야기
하나도 빼지 말고 들려다오
죽기전에 못가면
죽어서 날아가마
나무야
옛날 처럼
조용조용 지나간 날들의
가슴 울렁이는 이야기를
들려다오
나무. 나의 느릅나무.
느릅나무에게
나는 시인이다에서
김 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