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중종때의 일이다
. 어느 여름 영의정 홍 언필은 사랑채 마루에 서
한참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잠결에 언뜻 무엇인가 배를 누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홍 언필은 졸음이 가득한 눈을 떳다.
순간 자신의 배 위에 커다란 구렁이 한마리가
꽈 리를 틀고 앉아 혀를 날름거리고 있는게 보였다.
홑적삼으로 전해오는 느낌은 섬뜩하다 못해 기가 질릴 정도 였다.
몸을 움직이면 구렁이가 물 것은 뻔한 이치였다.
무섭고 두려웠지만 구렁이가 스스로 내려갈 때까지 꼼짝않고 누워 있기로했다.
그러나 시간이 꽤 흐른 후에도 구렁이는 그대로 였다.
두려움은 더 커가고 소리 조차 지를수 없는 지라 속만 바싹바싹 타 들어갔다.
그때 였다. 인기척이 나는가 싶더니 이제 막 여섯 살이 된 섬 이대문 동쪽에서 아장아장 걸어왔다.
섬은 아버지의 절박한 광경을 물끄러미 바라 보고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들어 왔던 문으로 총총히 사라졌다.
홍 언필은 아비의 위급함을 보고도 구하지 않고 사라진 아들이 야속 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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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애초에 여섯살 어린것에게 기대한 것이 잘못이란 생각이 들었다. .
그런데 잠시뒤 아들 섬이 다시 대문을 빠끔이 열고 들어오는게아닌가.
아들의 손에는 뒤뜰 연못가에서 잡은듯한 개구리를 던졌다.
순간 구렁이는 잽싸게 배위에서 내려와 개구리를 쫓아갔다.
그때서야 비로소 홍 언필은 몸을 일으킬수 있었다.
훗날 그 아들은 아버지 못지않는 명 재상이 되었으니 그가 바로 선조때 대제학을 지냈고
영의정을 세번이나 중임한 홍 섬이다. (1504년 ~1585)이다.